아홉 개의 방, 미완의 집

아홉 개의 방, 미완의 집

프로젝트 성격: 전시기획
참여작가: 네임리스건축, 고경애, 노경
장소: 온그라운드갤러리
후원: 온그라운드갤러리, 안그라픽스
수행시기: 2019

주택과 집은 다르다. 주택은 건물의 유형이고, 집은 가정이라는 공동체와 생활이 펼쳐지는 물리적 정서적 영역이다. 이 둘 사이 필요충분조건은 성립하지 않고, 그러니 모든 주택이 집인 것은 아니다. 특히 건축적 실험의 강도가 셀수록 이 둘 사이는 더 멀어진다.
이런 관점으로 ‘아홉칸집’의 평면 구성과 입주 전 건축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이 건물이 과연 집이 될 수 있을까?’라고 강하게 의심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찾았을 때, 아홉칸집은 그동안 내가 보아온 어떤 집보다 집다웠다. 나의 착오는 어디에 기인했던 것일까? 단독주택에 대한 나의 규범적 사고도 문제였지만, 나는 건축을 만드는 또 하나의 주체, 이곳 건축주의 특이성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의 출발은 지극히 단순하다. 아홉칸집 하나를 두고 이를 설계한 건축가 네임리스건축, 이곳에서 사는 화가 고경애, 이곳을 1년 동안 기록한 사진작가 노경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셋이 갖는 입장의 차이, 그리고 셋이 갖는 예술 언어의 차이는 아홉칸집의 이야기를 여러 모로 흥미롭게 만든다. 그들의 사유와 작품은 ‘주택이 집이 되는 순간은 어디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건축이 완성되는 지점은 어디인가?’를 재문한다. 이 셋의 존재로 말미암아 아홉칸집의 완성은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유보되며, 건축의 존재 방식 또한 계속 갱신되고 재편되어 왔다. 
이렇게 아홉칸집은 누구 한명에 의해 어느 한순간 완성되지 않는다. 건축주의 갈망과 관념 속에 존재했던 집, 건축가의 개념과 구법으로 실체화된 집, 사진작가의 시선에 포착되어 이미지를 얻은 집, 화가의 그림 속 풍경으로 다시 녹아 들어간 집……. 아홉칸집은 세 작가를 계속 중재하고 연결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어왔다. 그래서 그들은 아홉칸집에 ‘완성’이라는 말을 붙일 수가 없다. 아홉칸집은 풍요로운 미완이다. 

- 박성진(전시기획자, 사이트앤페이지 디렉터)